시집속의 詩

돌아와 보는 밤

靑巖 2019. 8. 8. 11:42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이옵기에-

이제 창문窓을 열어 공기(空氣)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 보아야 방(房)안과 같이 어두어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는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