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詩

오월에 바람이 부는 이유

靑巖 2019. 8. 10. 01:49

월간 시사문단 2019년 6월호 신작발표 작품

 

오월에 바람이 부는 이유

 

류지훈

 

 

미친듯이 바람이 분다

샛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충훈부시장 귀퉁이까지 불어온다

날 선 바람은 독한 인생이다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은

길거리에 서있는 전신주를 부여잡고

엉엉 매우 슬프게 울다가

슬픈 곡조의 아리랑으로 다가온다

봄이 가고 있다. 산 너머 너머로

바람은 봄이 가는 게 서글픈 것이다

꽃은 지고 바람이 분다

내마음도 바람 따라 운다

봄이 가고 여름 오고 인생도 간다

바람은 더 슬프게 운다

나도 더 슬프게 운다

달이 지고 있는 샛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