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경영

강단에 서다

靑巖 2019. 8. 10. 15:12

'강단에 서다'

 

이 기사는 놀부에서의 '매일경제 신문'에 실렸던 내용으로 놀부 재직중에 나에게 많은 경험과 기회를 준 계기가 되었었다.

 

"보쌈용 돼지고기를 삶을 때는 삼겹 부분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살코기 부분은 위로 향하게 해서 찜통에 넣어야 합니다."

지난 3월 말 외식전문업체 주식회사 놀부가 실시한 `시범수업` 이 수업에서는 `놀부보쌈` 점장 중 한 사람이 나와 `보쌈점포 실무사례` 에 대해 강의했다.

 

호텔 웨이터 출신으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꿈도 꿔보지 못한` 인생을 살아온 그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놀부 본사 직원 400여 명과 사장 앞에 강사로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 지 않았다. "그 분야에서는 그가 최고 전문가니까요." 놀부 `지식경영위원회` 소속 최동주 기획실장은 어떤 업무 분야든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뽑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최고 전문가 강의를 통해 직원들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것`이 놀부가 달마다 다양한 주제로 시범수업을 하는 이유다.

 

도입한 지 얼마되지 않은 놀부 지식경영이 직원들에게 많은 성원을 얻는 것도 직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전문가로 인정해주고 긍지를 느끼 게 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습관적으로` 하던 일을 `생각하면서`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놀부 최고지식경영자(CKO)인 김순금 이사는 지식경영을 도입한 뒤 직 원들이 일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 른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업무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모아 지식보고서 펴내 시범수업은 한 달에 두세 번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본사 강당에 서 열린다. 자기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익혀 업무간 유기적 협조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놀부에서는 또 부서별로 한 달에 하나씩 `지식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다. 경리과 `외식업 세무관리`, 점포개발과 `놀부 체인점에 맞는 입지조 건 연구`, 설계팀 `한식 레스토랑에 적합한 조명 연출` 등 자기 업무 분야에 대해 심층 분석한 보고서다. 지식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 업무노하우가 자연스럽게 부서 원들에게 전해진다.

또 많은 토론과 학습 경험을 통해 업무에 대한 지식도 나날이 깊어진 다. 시범수업이 직원들에게 지식 `폭`을 넓혀주는 구실을 한다면 지식보 고서는 지식 `깊이`를 더해주는 구실을 하는 셈이다. 한편 매달 열리는 `지식토론회`는 직원들이 지식보고서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다. 지금까지 열린 지식토론회는 시범수업과 마찬가지로 다른 업무에 대 한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한편 직원들 사이에 토론하는 문화를 자리 잡게 한다는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최고 전문가 키워 외식컨설팅사업 진출 노려 놀부가 지식경영을 펼치는 궁극적 목표는 외식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노하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데 있다. 내년에는 외식컨설팅조직을 출범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지식조직추진본부`(지식경영위원회 전신)를 만들어 처음 지식경영을 도입할 때도 `놀부 핵심역량을 어떻게 축적하고 발전시켜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으로 연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 놀부가 시범수업과 지식보고서, 지식토론회 결과를 심화시켜 외식전 문 서적을 발간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외식컨설팅조직 핵심 멤버가 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서적 집필에 참여하고 있는 고경진 지원사업부 차장은 "외식컨설팅 조직에서 컨설턴트로 발탁된다는 것이 직원들에게 `개인적 비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놀부 직원들에게 `최고 전문가`가 되는 꿈을 심어준 것은 지식경영으 로 인한 또 다른 열매인 셈이다.

<조시영 기자 psy75@mk.co.kr>

 

출처: 매일경제 2002. 0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