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신은 왜 가난한 여인을 죽였을까

靑巖 2019. 8. 24. 11:57

신은 왜 가난한 여인을 죽였을까

 

박 동 진

 


그 여인이 신전에 바친 꽃 붉다붉다붉다

 

히말라야 줄기 가까운 타멜의 좁은 골목

 

산재한 신은 누구든 쏘아보고 있었으며

 

아이 업은 남루한 여인을 죽였다

 

手製 옷감 고르는 외국 여인 옆으로

 

쓰레기 치우 듯 죽은 여자를 떠메고

 

더 어두운 골목으로 털모자 쓴 청년이 사라지자

 

여태껏 모습 감추었던 히말라야는

 

자욱한 안개 버무려 비를 만들었다

 

비가 왔으므로 주렁주렁 보석 치장한 여인은

 

비 오는 골목으로 신처럼 빛났다

 

 

신전에 꽃을 바친 여인은 죽어 무슨 색으로 빛날까

 

신처럼 빛나는 여인은 어떤 색깔로 죽을까

 

그들은 서로 다른 색 피를 가졌을까

 

피부 색깔이 달라서 피 색깔이 달라지는 세상 존재하는 듯

 

여러 곳에서 죽음이 차별화되고 있다

 

느릿느릿 길을 걷는 검은 소 뒤에는

 

아무 표정 없이 송아지가 따르고 있다

 

얼룩배기 홀스타인이나 육질 좋은 누렁이가

 

이곳에 온다면 이 좁은 골목에 색깔 검은 소가

 

저리 천천히 걸을 수 있었을까

 

 

어미 잃은 아이의 울음을 삼킨 거센 빗줄기

 

시바 신전에 뿌려진 붉디붉은 꽃을 적신다

 

흠뻑 젖은 저 꽃 붉다붉다붉다

 

죽은 여인의 피처럼

 

ㅡ네팔 카투만두 타멜 거리에서ㅡ

 

<박동진 첫 시집 "불속으로의 여행" 중에서>

 

 

※작가 소개

 

 

시인 박동진은 1957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 조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월간 시사문단 시 부문 신인상으로 시단에 나온 늦깍이 시인이다.

 

늦게 시를 시작한 그는 시의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詩作에 전념하고자 2004년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5個國을 배낭 여행하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체험을 시도했고 물질주의에 핍박받고 물들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영혼을 가슴 아파했다.

 

그의 시에는 자전적 고백과 슬픈 영혼들의 울림이 평이하고 진솔한 시어로 담겨 있다.

 

현재 한국시사랑문인협회 정회원

한민족작가협의회원

시사문단작가협의회원

혈시향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격월간 시와 창작 운영위원으로 있다.

 

첫 시집 {불 속으로의 여행} 책나무출판사

(200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