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냄비를 닦으며

靑巖 2019. 10. 27. 21:01


냄비를 닦으며



김혜련



싱크대 위에

검버섯이 가득한 그가

누워 있다


흡사 죽은 것처럼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화라고는

밤 묵자 자자밖에 모르는 그가

어느 날 내 손을 잡고 하는 말

"나 얼마 못 살 것 같아"

아직도 뜨건 불과 싸워 이길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엄살이람

나는 코웃음 쳤다


오늘 아침 된장찌개를 끊이려고

그의 얼굴을 씻기는데

거짓말처럼 싱크대 아래로

굴러 떨어져 숨을 쉬지 않는다


아아! 죽지 마 제발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교직원 심폐소생술교육 시간에 배운

심페소생술을 떠올리며


등에 땀이 흥건하도록

심장 마사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