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민물고기
靑巖
2019. 11. 23. 16:33
<한국 명시 감상>
민물고기
박효석
난 냇가나 강이나 호수에서 살고 잇는 민물고기처럼
조금도 짜지 않는 민물에서 살고 싶은데
세상은 자꾸만
사람은 모름지기 세상에 태어났으면
큰물인 大洋에서 놀아야 한다며
연신 등을 밀쳐대고 있어
냇물이나 강물이나 호수 물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지 않게
방둑을 치고 사느라
세상 사는 것이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지만
아무리 大洋이 넓다 한들
짠물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버들치가 되었다가 모래무지가 되었다가 메기도 되었다가
쏘가리도 되어 살아가고 있는
민물고기 같은 삶
짜지 않은 나의 삶이
때론 싱숭생숭 줏대 없이 보인다 할지라도
짠물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
민물을 천렵하며 사는 나의 삶이
너무나도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