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음악♪

그리운 바다 성산포

靑巖 2019. 12. 7. 02:37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 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이 죽일놈의 고독..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