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물을 만드는 여자

靑巖 2019. 12. 27. 23:52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러

그리고는 쉬이 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의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