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서울 꽃동네에는 천사가 산다

靑巖 2020. 1. 18. 00:49

서울 꽃동네에는 천사가 산다

 

이을기

 


서울 봉화산 꽃동네에는 천사가 산다

시간은 나무에게 나이테를 만들고

사람에게 마음의 무늬를 선물한다

 

조그만 나이테 하나에 딸 하나

두꺼운 나이테 하나에 아들 하나

서울 봉화산 꽃동네 천사들은 나이테 부자들이다

나이테에 녹아있는 시간의 두께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부자들이다

 

이제 셀 수 없을 많큼

나이테 무늬를 안고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는 하늘바라기 천사들이다

나이테 무늬에 쌓여있는 세상일은 까맣게 잊고

오직 영롱한 영혼만을 간직한 채

부르심을 기다리는 천사들이다

 

어린 학생을 오빠라고 부르다가 아들이라고도 부르는

천사들의 눈망울에는 나이테가 없다

오직 기다림이 있을 뿐이다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움푹 파인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창밖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다

 

오늘은 오려나 오겠지 올 것이다

아들딸이 먼저 올지 하늘 부름이 먼저 올지도 모른 채

하늘바라기 천사들은

오늘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