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그때는 그랬지요

靑巖 2020. 1. 18. 00:51

그때는 그랬지요


해운/ 탁 귀 진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면

강아지처럼 눈을 맞으며

마냥 뛰어놀았지요

 

하얗게

눈 덮인 아득한 학교길을

형들의 발지국따라

한 걸음씩 더듬어 디디며 갔었지요

 

장화가 없어서

검정고무신 새끼줄로 칭칭동이고

무릎까지 빠지는 논뚝길에

빠지며 넘어지며 갔었지요

 

학교 파하고

돌아오는 동구밖 모정 옆에는

코 삐뚤어진 눈사람이

몽당빗자루 팔을 들어 먼 허공을

가르키고 있었지요

 

주일 오전

전도사님의 설교가 끝날때쯤

화로의 고구마가 하마 익었을까

조바심 내며 예배가 끝나기를

학수고대하며 딴전을 피웠지요

 

눈 내리는 밤이면

양푼에 고드름을 거두어다

사카린 풀어 천연 아이스케키를

만들어 먹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할머니의 얘기에 밤깊은줄 몰랐지요

 

눈 내리는 창밖을

문 구멍으로 내다보던

그때는 그랬지요

내 어릴적 고향마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