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巖 2020. 3. 8. 00:40



정일남




울창한 숲을 보는 것은

신간서적을 읽는 것과 같다


숲에 작은 절이 있다, 암자라고 부를까

절(寺)은 글자를 뜯어 보면

한 치의 땅에 세운 집이다

절은 작아야 한다

그 절집에 어린 부처를 키우며

스님이 차를 달이고 있다

갈때마다 녹차를 달인다

녹차의 향기에 숲이 묻어 잇다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나는 나이를 먹는다

스님과 어린 부처와 하늘은 나이를 먹지 않은데

나만 나이를 먹어 미안하다


바다로 심부름 갔다 온 동자승은

이미 부처가 되어 있었다

나무에 앉은 파랑새도 부처가 아니겠는가

이들 모두 숲에서 사는 한

숲 전체가 경전이다

스님은 또 녹차를 달인다


내 삶은 나무 뿌리에서부터 생각의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