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巖 2020. 3. 14. 15:40

 

초심 初心 / 김유명


 

 

커다란 한 걸음 자취가

덜 여문 모란 향에 취해

비틀대며 세상을 비껴 걷는다

 

태초 세상 모든 부정의 악취를

낭심에 고이 담은 듯 봄이 늦어

변명하길 가슴속엔 꽃을 담았노라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 날

떠난 것은 없지 않았더냐

잠시 오래 자리를 비웠을 뿐

 

너는 계절마다 매 순간

잠든 꿈결마다 매 시간

모란을 그리워하지 않았더냐

 

설익은 봄바람에도 눈물을 흘린

꽃을 기다리던 그대이지 않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