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또 피었다 지는 목련

靑巖 2020. 4. 1. 00:54

또 피었다 지는 목련


이나혜



등허리에서 봄꽃이 지고 있다, 몰래

부끄럼 없이 대놓고 옷을 벗는다, 목련이


거무튀튀한 부항 자국처럼

오후 2시쯤 꽃잎은 분명하게 떨어진다, 바닥에


순결도 애욕도 이 봄에는 덧없는 것이지


등허리에서 사방으로 피어나는 죄, 하얗게. 또 검게


가슴과 아랫도리의 물기를 닦고

벗은 옷을 입는다


올해도 목련은 봄볕만 모르게 아프게 진다



`문학청춘` 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