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다시 광야
靑巖
2020. 4. 1. 01:21
고은 시인의 시집 `히말라야 시편` 中에서,
다시 광야
고은
너무 많은 것들이 죽고 죽어서
이것이었다
오직 암갈색 광야
기억도
꿈도
한 조각 슬픔도 미련 없었다
그 광야 위 하늘빛
그것은 또 무엇하려고
그저 뚫린 채 소경 같이 푸르렀다
말로 나타낼 수 없는 빛깔
그 하늘빛
누구도 없애버리지 못할 빛깔
바로 그런 빛깔들 하나하나 흩어지는
밤이었다
있는 것을 없다 하다가
없는 것을 있다 하다가
그런 단발마의 광야였다
그리운 샐린저에게
오늘 비유의 용기를 버렸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다
모든 권위와 허위는 허섭스레기
그것을 말했고
그것을 말하지 않았던 사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그리운 너
어디 있나
1919년 여름에 태어났으니
올해 81세
북아메리카 서부 어디에 있나
아니 티베트
고도 4천 미터쯤
산소 희박한 적응해서
눈썹 히끗히끗 보리밭에 있나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던
그대 이야기 속의 소년 홀든의 순결은
어느 나라에서도
어느 나라 하늘에서도 무사할 수 없다
찢어져
찢어져
피 흘리는 것이
순결이다
그대 어디 있나
오 행방 불명만이 해방인가
그대 어디 있나
티베트 다르첸 거리에서
나는 나 대신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