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계란
靑巖
2020. 4. 9. 20:44
계란
원성스님
계란을 보면 그놈은 늘 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떠
오르는 기억들은 언제나 도시락 속에 빠지지 않는 계란 때문
에 생기는 일들이다. 반 년을 넘게 늘 똑같은 도시락 반찬을
싸 오니 친구들이 우리 어머니더러 계란장사 하시냐고 묻기도
한다. 그때마다 허전한 철도시락 속에서 잘난 노란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던 계란이 종일 나를 기죽였다.지겨운 계란
반찬이 싫어서 김 반찬으로 도시락을 챙겨 달라는 말에 어머
니는 그렇게 반 년 동안 끊임없이 김을 싸 주셨다. "너희 엄마
김장사 하니." 썰물처럼 흘러간 옛 기억이지만 계란을 보면 그
냥 눈물이 난다. 반작이는 노란 눈동자가 '날 잡숴 주소' 바라
보고 있는 그 녀석이 애처로워서가 아니라 가난 속에 도시락
챙기는 어머니의 떨리는 손길이 가슴에 미어지기 때문이지.
끼니때마다 먹는 김치보다 영양가 있겠지 하는 엄마의 생각이
너무도 고마워서이지. 언젠가 닭 한 마리에 삼 형제가 싸우던
뒤안길에 눈물을 훔치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