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詩
아네스의 노래
靑巖
2020. 4. 14. 19:20
영화 '詩'
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시
그곳은 어떠한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이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영화속 시인 김용택
영화 '시'(감독 이창동)가 2010년 5월2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윤정희의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국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는 이 감독의 5번째 영화 '시'. 이 작품은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할머니이자 삶의 종착역을 눈 앞에 둔 60대 여성 미자(윤정희 분)가 시 쓰기에 도전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