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2)
시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2)
상투적이란 말이 있습니다. 늘 하여 버릇이 된 행동을 일컫는 말인데요. 너무 자주 사용되어 신선한 맛이 떨어지는 표현을 말할 때 상투적 표현 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진부하다는 말도 있어요. 시대에 뒤떨어져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뜻이 있어요.
상투적 표현이라는 말과 진부한 표현이라는 말은 시를 평가할 때 참 많이 씁니다. 아무리 그 내용이 그럴 듯하다 하더라도 상투적이거나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썩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미 많은 작가들이 사용한 표현 형식을 그대로 쓰고 있어 관심을 둘만한 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시의 제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스럽게 표현한다고 해서 쓴 ‘가을의 서정’ ‘고독한 날’ ‘무정한 가족’ ‘무제’ ‘인생항로’ 등과 같은 제목은 아주 오래 전 이미 많은 작가들에 의해 쓰여져 새로움이라든가 신선한 맛이 전혀 들지 않게 되고, 독자들은 읽기도 전에 참 고리타분한 글이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그 글을 멀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러한 제목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제목이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갖고 있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부하거나 상투적인 제목의 글을 쓰게 되면 안에 담긴 글의 내용이 제목을 뒤쫓아 가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취하게 되어 알맹이 없는 글이 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구체성을 담아내거나 새로움을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글에 담아야할 본질적 내용보다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겉치장에만 무게를 두게 되어 자신도 잘 모르는 어렵고 잘 쓰지 않는 어휘들로 꾸며진 난해한 글을 쓰고는 마치 자신이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은 자기만족감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멋스런 제목들은 대부분 제목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담은 글의 내용도 추상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되고, 내용 또한 제목에 눌려 자연히 빈약해 질 수밖에 없게 되므로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아름답고 예쁜 제목, 형식적인 제목을 붙인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장려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아름답고 예쁜 제목은 독자의 시선을 쉽게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내용은 평범한데 꾸미고 덧붙인 그 아름답고 예쁜 제목으로 인해 작품을 읽는 맛을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예쁘게 꾸민 장식적인 제목은 주제와는 동떨어진 생뚱맞은 느낌을 주어 표현하고자 한 작품의 의도를 지나치게 벗어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어머니’라는 제목만으로도 어머니의 사랑이나 어머니에게 향하는 그리움 등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는데도 굳이 ‘어머니의 큰 사랑’이나 ‘너무나 그리운 나의 어머니’ 등으로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제목은 주제를 잘 담아 정해져야 하지만 너무 주제가 드러날 경우 시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상투적이나 진부하다는 말속에는 이렇게 우리가 경계해야 할 표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살펴봐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는 겉멋이 들어가 있는 제목보다는 주제를 잘 아우르는 제목을 찾아 붙이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합니다.
출처:경상북도 영양교육지원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