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
한밤 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의 시「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좋은 생각』100호 기념 100인 시집『그대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습니다』(2000년) 에 수록되면서부터이다. 그 후 2001년 5월 8일 어버이날, KBS-TV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 방영되어 그 시를 보고 들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2003년『한국문인』을 통해 등단한 심순덕은 1960년 강원도 평창 횡계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시「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시인의 나이 서른 한 살 되던 해 늦가을, 당뇨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쳐 쓴 작품이라고 한다.
첫 시집『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2002, 대희출판사)의 표제시인 이 시는 심순덕 시인의 직접적 체험이 아니라, 시인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 겪은 개인사적 체험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이 시는 6,70년대 이전의 가난했던 한국 농촌 사회의 한 단면을 화자인 ‘딸’의 시선과 개입을 통해, 혹독한 가난과 그 가족을 둘러싼 어머니가 겪은 뼈저린 고독감을 흑백필름처럼 보여준다.
출처: 케이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