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巖 2020. 4. 15. 20:32


껍질


김미희


빈 통 안에 수북이 싸인 껍질

하루 동안 몸속으로 들어간 먹거리들의 옷

껍질이 확인되지 않는

밥과 반찬 국물 등의 음식을 더한다면

매일 몸속으로 들여놓는 엄청난 음식물의 양


먹은 것도 없는데 속상하게

살이 찐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나는

얼른 빈 껍질들을 수거통에

보이지 않게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니까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찐 건

절대 아난거지

슬며시 목구멍 깊이 밀어 넣는

민망한 독백


2020 봄의 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