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문학의 미로

靑巖 2020. 4. 21. 00:56

문학의 미로.1


박 형 서



신비한 바람의 기류에 떠밀려

무작정 걷다 도착한 숲 속길

인적조차 끊긴 문학 숲에서

돌아갈 둥지의 좁은 길을

까맣게 잃어버렸습니다


13월의 조용한 무인도

숲 속은 고독으로 가득하고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는 소리에

밤이면 샛별이 떠올랐습니다


그 소리를 가슴에 안고서

달빛스며든 커피를 마시며

나무들과 이어지는 깊은 대화

그 음성만을 간직했습니다


잠시 방황으로 이어져 간

문학의 미로 속에 머물다가

목선타고 밤바다를 헤메면서

수평선을 홀로 힘겹게 돌아

새처럼 찾아온 내 작은 서재,


이미 책상의 촛불은 꺼지고

빈 원고지만 쌓여 있습니다


외로운 서재는 온통 어둠 뿐

시집의 숨소리만 들려오고

그 적막감에 가슴이 내려앉아

왠지 모를 쓸쓸함을 잊어보려고

쓴 커피를 가슴으로 마시며

꺼진 촛불을 다시 켭니다


한 문인이 걸어서 다가오고

퇴색된 공간의 원고지와

색이 변한 은빛 만년필도

내 손 안에 들려졌습니다


무인도의 의미로 다가온

숲 속의 방황을 끝내면서

애써 돌아온 서재의 낡은 의자

그 의자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봅니다


집필하고 싶은 목마름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마셔보련만

애타는 갈증은 점점 심해지고

메마른 영혼의 빈 숲속엔

찬 바람만 고여들었습니다


어디선가 파도로 다가오는

세찬 바람을 잠재우고 싶어

꺼진 불씨를 살리고픈

내 열정만을 가득 안고서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봅니다


촛불은 미로의 흔적을 비추

조금씩 문학을  환히 밝힌 채

방황의 기억을 되살려 줍니다


끝없이 이어진 문학의 미로,

설원으로 끝없이 이어진

얀 깨달음의 길이었습니다


- 삶은 새벽빛 고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