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바다로 간 낙타

靑巖 2020. 4. 23. 01:05


바다로 간 낙타


김정임



호주 케이블비치

이십삼 킬로의 길게 연결된 해안

포말이란 흰 검에 수없이 찍혀진

영겁의 세월을 산 갯바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그리움을 수놓은 모래톱 위에

사막을 점유해 평생을 살아 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커다란 앞니를 좌우 흔들며 쉼 없이 되새김을 하고 있다


사막의 거친 바람과 모래위에

쉼 없이 올라오던 빛의 굴절이

낙타의 눈을 멍들게 하고

바다를 흠모하게 했던가


결국 낙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두 산의 굽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사막이 아닌 출렁이는 바닷가

일출과 해넘어 사이로

끊임없이 세월을 낚으며

단 한번의 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낙타


온 몸에 길러진 갈기까지도

인간의 필요에 내어주고

수평선 너머로 숨겨진 희망을 찾아

기다란 다리로 고고하게 걷는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