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가을 서정
靑巖
2020. 5. 19. 01:14
가을 서정
박은희
별에도 구름이 있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심장
어쩌면 별은 가을 가져왔을지 모른다
떡갈나무와 흔들리는 그네를 그리기로 했다
몇 마리 양떼구름의 하얀 울음소리가
들판 가득 걸어 다니고
된장 끓는 갈색 냄새가
마룻바닥 틈새를 차지할 즈음
배추 차라는 소리 초록 기침 물든
마당을 지나온다
구름은 서쪽 산에서 노래 부르고
돌담 사이로 불빛 나누며
다음 그리움으로 단풍 들 준비를 한다
가을바람은 봄 햇살만큼 분주하다
잰걸음으로 개울물을 나르고
젖은 자갈의 마음을 말린다
일과 사랑이 다른 소리를 내는 마을 어귀
떠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가을은 혼자 아프다
그옆 나무에 기댄 그림자
흐느끼는 소리가 하늘을 흔들고 있다
2020 봄의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