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시계방

靑巖 2020. 6. 6. 17:26

시계방

 

김인달

 

 

가벼운 초침이 부러운 분침의

힘겨움을 본 시침은

그저 차분할 뿐

 

바쁜 듯 힘든 모습으로

언제나 같은 궤적을

 

언제부터였을까

누가 먼저 왜? 도는지

무심한 주인 마루에서 졸고

 

열두 개 섬을

쉼없이 도는 시계

공허한 소리가 아프다

 

어느 것은 3시에

어떤 것은 아홉 시에서 돈다

이것은 아예 돌지도 않는다

 

돌고 돌다

하루에 열두 번

요 시계는 덩-덩 종소리를

저 시계는 뻐꾸기 울음을 낸다

이 시계는 아무 말이 없다

 

똑, 딱!

똑, 딱!

시계방 하루가 저물어 간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