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詩 속으로

생각이 나서

靑巖 2023. 1. 24. 02:12

 

생각이 나서 / 이상준


간당간당 붙들 힘조차
썰물처럼 빠져나간 무심한 새벽

스산한 바람을 타고
잿빛 하늘 저 먼 곳으로
아무 일 없듯이 스며들었다

앙상하게 남은 끝자락마저
헤아리며 행복했는데..

여기저기 틈을 메우며
긴 세월 견뎌내느라 핏줄기는 마르고

팍팍했지만 주저 없이 품 내어줘도
넓고 깊은 속은 젖었으리라

병마에 무너지면서도
행여 마음 쓰일까
애써 평온한 듯 불편함을 감추지만

하루가 외로움과 두려움이
쳇바퀴처럼 돌고
무미한 하루마저 속절없이 가는데

변변치 못한 내 가슴속엔
늘 나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