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詩 속으로

어머니의 초상

靑巖 2024. 10. 30. 17:21

 
어머니의 초상 / 이상준


과거의 편린들이 한 세상을
할퀴고 간 자연의 흔적처럼 남았다

가난을 벗어나려 했던 몸짓들이
가슴에 연륜처럼 새겨지고

흩뿌려 놓은 슬픔들만 남아
또 다른 한층 한층
생의 탑을 쌓는다

노쇠해진 그 해 겨울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아득해진 기억 속
사라진 마음들을

되찾아 보지만

어떻게 마주해야

한 세상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마지막 가는 길은
더없이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