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詩 속으로

느리게 걷는 겨울 여수에서

靑巖 2025. 2. 23. 16:51

여수 향일암

느리게 걷는 겨울 여수에서 / 이상준

 

 

겨울이 다한 마음일까

휘어진 가지가

눈꽃을 털어낸다

 

밀려오고 쓸려가는

유난히 길었던 눈의 시간들

 

적당히 비운 초로의

여유로움이 동백冬柏처럼 핀다

 

한강이 사랑했던 여수에서

잠시 쉬어가는 짧은 여행

 

본 적 없는 여수 밤바다로

목을 축이고 하늘 위를 떠다니며

꽃피는 바다에서

 

겨울의 끝을 느리게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