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겨울의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 주는 훈훈한 이야기..

靑巖 2006. 2. 18. 02:41
1997년『우동 한 그릇』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전 일본을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지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위가 몰아치는 섣달 그믐날밤.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 우동집에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선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들을 위해 1인분이 넘는 양을 더 넣어 주었고,

이런 일은 그 다음해 그믐날도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매년 12월 31일 문을 닫을 무렵이 되면 주인 내외는

그 세 모자가 앉아 우동을 나눠 먹던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 놓고,

여름부터 올려 받은 우동 가격표를 예전대로 바꿔 놓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그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진 빚을 모두 갚았다면서

2인분의 우동을 주문하여 나눠 먹었고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동 가게는 번창하였고, 매년 그믐날밤이 되면 그 '우동 한 그릇'의 자리는 예약석이 되었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손님들 사이에서 단골 화제가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의사가 된 큰 아들, 은행원이 된 둘째 아들을 앞세우고 그 어머니가 가게를 다시 찾아

어려웠던 시절,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 주었던 용기와 삶의 위안을 생각하면서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주인 내외가 내민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정성과 그로부터 힘을 얻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세 모자의 용기가 작지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전 일본열도를 감동에 젖게 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 회사 한 사우도 이와 같은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글 하나를 보내 주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내용이라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축의금 13,000원 >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 가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있는 등 뒤의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만 삼 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 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