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김수우 씨

靑巖 2019. 10. 23. 02:36

김수우 씨

 

 

이무열

 

 

 

뺑소니차에 치인 사흘 동안

 

중국집 배달부가 홀로 죽어갔다

 

 

어릴 때 고아원을 뛰쳐나온 탓에

 

날 무시하느냐!

 

세상에 불 지르려다

 

징역 살고 몇 차례 소년원에도 다녀온 사람

 

 

한 달 칠십만 원 벌어

 

고시원 드난살이 팍팍했지만

 

매달 십만 원을 불우한 아이들 후원하고

 

보내온 아이들 사진과 감사 편지가

 

유일한 보람이자 희망이었던 지상에서의 삶

 

 

55킬로그램 체중에 키는 158센티미터

 

장기 기증 약속과

 

죽어서야 보험금 사천만 원을 후원회에 남긴 철가방 아저씨

 

한 평 반 창문도 없는 쪽방 영정사진 속에서

 

쉰넷의 김수우 씨 그가 웃는다

 

 

-세상살이, 당신도 행복하십니까?

 

 

이무열 시집 『묵국수를 먹다』, 《문학세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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