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내 생의, 내생의 탑을 쌓자 경주/ 심재휘가을 경주에게는 불국사로 간다는 버스가 있어서 낙서하듯 몸 하나가 덜컹거려도 긴 이야기가 된다 지나쳐온 정류장들도 기와를 얹은 집 모양을 하고 있다 낯선 길에 내려 찡그린 얼굴을 햇살에 새기면 시월은 몇 층짜리인지 헐리지 않도록 바람 속에 쌓은 돌 그 돌 위에 돌을 쌓으며 좁아져가는 생애가 내 발자국들을 죄다 모아서 석탑 위에 얹어준다 내 이름은 탑이 가리키는 곳으로 올라갈 만하다고하지만 박모의 하늘에매일 조금씩 덧칠해온 얼굴 하나가 붉게 떠서오늘밤에 나는 불국에 이르지 못하고왕릉 곁의 막걸리집에 국물 자국처럼 앉으면경주의 밤은 속을 알 수도 없는 탁한 술을 마신다깊어가는 어둠을 시큼하게라도 맡을 수 있는 곳평생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