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

정일남

靑巖 2020. 3. 8. 00:14

정일남시인(1935~)

강원도 삼척 출생

2016 제19회 최인희 문학상 수상

2013 톨스토이문학상 현대시부문 대상

2007 제8회 한국시인정신상


 

정일남 시인 `금지구역 침입자'

  

 

1호 광부시인 열두 번째 시집

80여편 총 5부로 나뉘어 실려

15행 미만 짧은 분량 여운 남겨

 

“시(詩)가 삶을 구원해주지는 않았지만 시를 통해 위로받고 살아온 것은 사실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슬픔이라는 자식과 가난이라는 놈과 놀아났다고 고백하는 광부시인 1호 정일남(85)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금지구역 침입자'를 상재했다.

 

시인은 시가 물질이 아니기에 삶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해도 시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 시를 마음에 쌓아두고 사니 부러운 게 없었다는 그의 시에 대한 애정이 5부로 나뉘어 실린 80여편의 시에서 느껴진다.

 

이번 시들은 모두 15행을 넘지 않는다. 충만한 상태보다 비어 있는 여백을 두고 독자가 상상으로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담았다. 여백은 시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서도 느껴진다. 그는 마음 한쪽을 비워두고 갈등과 미움 대신 겸허하고 고요한 자연의 삶을 살고 있다.

“감자는 못생겨도 쌍꺼풀눈이 여러 개다/ 이마에 뒤통수에 정수리에도 있다/ 눈이 있는 시를 써야겠다”는 그는 시의 길을 자연과 기탄없이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경지로 보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정 시인은 “가난의 힘은 질기다. 목숨도 질겨 여기까지 왔다. 객지를 떠돌며 시로 위로받고 살았다. 흙벽에 등 대고 살았던 고향은 멀다. 시는 내가 살아있다는 보증서”라고 했다. 삼척 출신인 시인은 석탄산업의 성수기인 1961년 태백의 장성광업소 채탄광부로 입사해 1980년까지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말단광부였다. 막장에서 석탄을 캐면서 그 경험을 틈틈이 습작한 시가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시집으로 `어느 갱 속에서' `들풀의 저항' `기차가 해변으로 간다' `야윈 손이 낙엽을 줍네' `추일 풍경' `감옥의 시간' 등이 있다.

 

넓은마루 刊. 12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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