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詩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靑巖 2020. 5. 20. 20:08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윤제림

 

 

강을 건너느라

지하철이 지상으로 올라섰을 때

말없이 앉아 있던 아줌마 하나가

동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눈온다

옆자리의 노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 있던 손자를 흔들며

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는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킨다

눈온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젊은 남녀가 얼굴을 마주본다

눈온다

만화책을 읽고 앉았던 빨간 머리 계집애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든다

어-눈온다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지하철이 가끔 지상으로 올라가는 작은 변화

흐리던 하늘이 눈을 내려주는 변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거죠

늘 반복되는 일상에 행복한 작은 변화들

아름다운 음악이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듯 

아름다운 음악처럼 반복과 변화가 맞물리는 삶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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