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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야기

靑巖 2005. 12. 2. 03:44
 
가을 이야기
우수수 털어내라고 한다. 몇날 며칠 그렇게 내마음 뜨거운 방안에서 뒹굴던 마지막 그리움 그 한 잎까지, 스스로 체온을 내주고 말라비틀어진 사랑, 변절과 몽상, 과거의 추억과 실패한 사업의 이력, 삶을 벼켜간 변절 그 모든 집착을 버리라 한다

뇌세포를 따라 수없이 맺혀있는, 나무둥치의 작은 잎새들을 가차없이 맨땅에 내리 꽂는 그 이중무늬의 생을 따라, 새들이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산책로, 나무들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 그렇게 다 비운 벌거벗은 몸으로 한 서너 달쯤 풍설을 견디라 한다.

귀가 어두워 잘 들리지 않노라 변명하는 나에게
단풍나무 한 그루 몸의 핏줄들을 죄다 열어 보이며
가는 길을 가로막고 내 앞에 섰다

비운다는 것은 언제나 붉은 피를 쏟는 전쟁. 아 그러나 어쩌나, 숱한 몽알이들을 깨고 나오는 새순들. 내 몸에서 아직도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걸. 하여 일년에 한 서너달쯤은 맨땅에 내리꽂히는 이파리들처럼

내 뼈와 살을 열어 한 때는 사랑이었던 이별을 배웅할 수 밖에. 하지만 몇 번의 이별의 시간을 건너온 사람들은 안다. 바로 앞! 에 춥고 매서운 혹독한 겨울이 기다린다는 것을 절절한 뜨거움을 감춘 노을과 단풍은 늘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을

저무는 태양을 배낭에 짊어지고 주저앉은 나는 저린 발을 주물러 세웠다. 발자국 꽁무니에 매달린 낙엽 몇닢의 미련을 툭툭 털어내며, 그 곳에서 일어서는 내가 보였다. 삶은 늘 이렇게 차오르기 위해 비움을 필요로 하는 것.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지 않으면 새 잎을 틔울 수 없는 나무처럼 우리네 삶도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다람쥐 한 마리 겨울 양식을 위해 분주한 계절이다.

글: 시인 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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