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靑巖 2019. 8. 8. 13:46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따뜻한 것이 그립다

형이 그립다

살아계셨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추운 날은

따뜻한 형이 그립다

부모님 같은 형

형이 망하여 노숙할 때

왜 형이 노숙하느냐고

노숙하는 형이 미워 미워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왜 노숙을 해 노숙을 해

형이 원망스럽고

밉고 불쾌하고

보기가 싫어서 형을 외면했다

보기가 싫어서 말도 안 했다

아아 형이 그런 형이

말도 없이 돌아가시자

무엇인가 강하게 때렸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너도 더 그럴 수 있다

힘이 없으면 생각도 없고

힘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없고

힘이 없으면 죽는 줄도 모르고

모든 것을 버리고

말없이 떠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김건일의 ‘인생이란 별것인가’ 전문

 

김건일의 같은 시집에 담긴 시 ‘인생이란 별것인가’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 늙음은 필연적으로 가까운 가족의 죽음과 만나야 한다. 어느 날 시인은 형을 잃었다. 추운 날이면 그 형이 그립다. 어린 시절, 형은 부모님처럼 따뜻했다. 그러던 형이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부모님 같은 형의 몰락이 동생은 안타까웠다. 집도 없이 노숙하는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말도 없이 죽었다. 시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말없이 떠나버리는 것//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라고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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