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따뜻한 것이 그립다
형이 그립다
살아계셨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추운 날은
따뜻한 형이 그립다
부모님 같은 형
형이 망하여 노숙할 때
왜 형이 노숙하느냐고
노숙하는 형이 미워 미워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왜 노숙을 해 노숙을 해
형이 원망스럽고
밉고 불쾌하고
보기가 싫어서 형을 외면했다
보기가 싫어서 말도 안 했다
아아 형이 그런 형이
말도 없이 돌아가시자
무엇인가 강하게 때렸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너도 더 그럴 수 있다
힘이 없으면 생각도 없고
힘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없고
힘이 없으면 죽는 줄도 모르고
모든 것을 버리고
말없이 떠나버리는 것
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
-김건일의 ‘인생이란 별것인가’ 전문
김건일의 같은 시집에 담긴 시 ‘인생이란 별것인가’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 늙음은 필연적으로 가까운 가족의 죽음과 만나야 한다. 어느 날 시인은 형을 잃었다. 추운 날이면 그 형이 그립다. 어린 시절, 형은 부모님처럼 따뜻했다. 그러던 형이 사업에 실패하고 말았다. 부모님 같은 형의 몰락이 동생은 안타까웠다. 집도 없이 노숙하는 형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말도 없이 죽었다. 시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말없이 떠나버리는 것//인생이란 것이 별것인가’라고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