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아랫목
마경덕
역을 낀 백화점
한적한 실외주차장 한 구석
세 명의 사내가 벽을 지고 앉아 볕에 몸을 데운다
끼고 떠돌던 눈칫밥과
눅눅한 한뎃잠을 봄의 아랫목에 말리고 있다
나른한 봄 한 장을 덮고
뻣뻣한 관절을 녹이는 시간
얼마나 기다린 봄날인가
환히 드러난 얼룩도 부끄럽지 않다
졸음이 오고 하품이 나는 것도 오랜만이다
세일 현수막을 펄럭이며 백화점은 하늘로 오르고
부활절을 앞둔 거리는
겨울을 새봄으로 갈아 끼우는데
쓰디쓴 입맛과 묵은 악취는 바람을 피해 볕맞이 중이다
겨우내 굶주린 구지레한 무릎들
볕 한 줌도 다디단 고봉밥이다
죽음의 터널을 막 빠져나온 노숙이
이젠 살았다고
주머니에 봄볕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시에』2017.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