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의 분만
한두현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래로 쏟아져 내린 가여운 분만
올망 졸망 수 많은 새끼
뱃속에서 열 살이 넘도록 기다려 온 녀석까지
내 새끼 아니라면
눈 딱 감고 쓰레기차 부를 수도 있겠지만
어찌어찌 그럴 수야
미안 미안한데 어미 뱃속에 오래 머물게 한 것도
기억을 추억을 더듬더듬
이 녀석은 언제 어떤 기분으로 만들었지
또 저 녀석은
하나하나 요리조리 챙겨챙겨
이 녀석은 어디에 쓸까 저 녀석은 어디로 보낼까
한나절도 후딱
조그마한 자궁이 잉태한 인연의 업
미리미리 해야 해
덤프트럭이 어느날 갑자기
저 자궁들 통째로 싣기 전에
머리가 스물스물 중얼중얼
일흔 넘은 나 분만하는 날엔
허공을 채우리 채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