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우화의 강

靑巖 2019. 8. 31. 17:02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의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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