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제자리에 서서
전종문
나무는 제자리에 서서
세상을 구경한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계절을 가늠하고
지나는 사람들 옷차림에서 변화를 깨닫는다
절대로 찾아가는 법이 없다, 나무는
모두가 찾아오도록 한다
찬란한 햇빛이 찾아오는 아침부터
뜨거운 사랑에 감동하고
별무리와 달이 찾아오는 밤에는
그윽히 올려보다가
꿈을 껴안고 안식에 들어간다
구름을 바라보며 정처 없음을 알고
안개에 휩싸여 속절 없음을 깨닫는다
변화무쌍한 세상이란 것을
눈비 맞으며 실감한다
새들이 날아와 잠시 쉬어가는 걸 보면서
피곤한 세상
때로 외로운 곳이기도 한
그래도 살 수밖에 없는 곳이란 사실
나무는 모두 안다
제자리에 우뚝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