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詩

여명에 물을 긷다

靑巖 2019. 9. 13. 08:25

 

여명에 물을 긷다.

 

 

 

박노해

 

  

  

여명은 생의 신비다.

 

밤이 걸어오고 다시 여명이 밝아오면

 

오늘 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에디오피아 고원에서 하루의 시작은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 오는 것.

 

이 물로 밥을 짓고 몸을 씻고 가축의

 

목을 축이리라.

 

짐을 진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이 삶의 무게에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감내할 힘이 생겨나느니.

 

나는 하루하루 살아왔다.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박노해 사진전 <하루>展
19.6.22~ 20.1.10

라 카페 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8 (통의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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