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블랙커피 같은 가을이 온다

靑巖 2019. 10. 27. 22:40

블랙커피 같은 가을이 온다



신다해주




진한 가을이 온다

소리 없이 조용히 진한 블랙커피의 여운을 남기며

가을이 그렇게 내게로 왔다

한여름 폭염을 무색게 한 진한 가을이 온다

하얀 커피잔에 담겨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블랙커피 같은 가을의 어느 말 못하는 여인은

굵은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르 흘리며 슬픈 가을을 기다린다


진한 가을이 온다. 옥탑방 건너편 한자리 차지하고 있던

은행나무도 서서히 자기 자신을 감추는 블랙커피 같은 가을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는 진한 가을 슬픈 계절

그렇게 가을은 내게로 왔다


빽빽한 숲 한켠에 무심한 듯 서있는 늙은 단풍나무에도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도 언제나 한결같았던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은 연약한 은행나무에도 사람드로 수다스러운

유럽풍으로 고급스런 어느 한 카페에도

청아한 풍경소리가 소담스러운 조용하고 아늑한 이름 없는 산사의

앞마당에도 가을은 그렇게 진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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