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역 대합실에서
탁귀진
비수기 때문일까
역무원이 한 쪽만 열린
창구 너머에서 TV에 눈을 박고 있다
지난 가을
단풍철에 북새통을 이루며
끝없이 긴 줄을 이루던 사람들
썰물처럼 빠져나간 그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들고 나는
사람들 표정에 활기가 없다
단풍이 그들을 웃게 했는데
단풍이 없으니 설렘도 없다
그러거니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오고 가고
그렇게 기해년도 저물어간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역무원이 무심히 시계를 본다
점심 때가 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