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저글링

靑巖 2020. 3. 8. 05:17

저글링


이현승




내 손은 두개뿐인데

잡아야 할 손은 여러개다.

애써 친절을 베풀면서

쉬운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사람처럼

내가 잡아야 할 손들은 뚱한 표정을 하고 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회전문 안에서

우리의 스텝은 배배 꼬이고 뒤엉킨다.

회전과 와류를 빠져나가지 못해

우리는 빨래처럼 잔뜩 뒤엉키며 물이 빠진다.

아무나 막 목을 조르고 싶다.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을

남에게 웃음거리가 됐다로 번역하면서

우리는 자존심이 상한다.

슬픔을 팔고 있다는 수치의 감정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손안에 쥐고 있는 얼음처럼

차가움에서 시작해 뜨거움으로 가는 악수.

내 손은 두개뿐이지만

여러개의 손을 잡고 있다.




# 아이들은 마음껏 뛰놉니다. 땀으로 옷을 적시든 모래로 옷을 더럽히든 그야말로 마음껏 뛰놉니다. 손발이 지저분해지면 아버지가 씻겨 주는 줄 잘 압니다. 옷이 더러워지면 아버지가 갈아입혀 주는 줄 잘 압니다. 신나게 놀아서 배가 고프면 아버지가 밥을 차려 주는 줄 잘 압니다. 짓궂게 놀아서 졸음이 쏟아지면 아버지가 토닥토닥 어루만지면서 잠자리에 누여 주고 재워 주고 노래를 불러 주는 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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