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

靑巖 2020. 3. 8. 08:09

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

 

오승강

 

 

 

누이는 영해로 시집가고 재행길

 

일가붙이 모여

 

신랑을 다루며 웃고 둘썩일 때

 

서른한 살 처녀인 고모는

 

외딴 방에서 그 소리 귓전으로 들으며

 

쓸쓸히 피 쏟아가며 죽어

 

우리 식구들 경황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죽음을 숨길 때도

 

오늘처럼 세상은 봄이 와서

 

주검 아래서도 풀잎 돋는 소리

 

새들 두런거리는 소리 들렸었고

 

내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며

 

침묵 속으로 또 빠져들 때

 

세상엔 더 많은 꽃들이 피어

 

내 더 쉽게 슬퍼지던 것을

 

또한 무엇엔가 홀린 듯

 

경황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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