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
오승강
누이는 영해로 시집가고 재행길
일가붙이 모여
신랑을 다루며 웃고 둘썩일 때
서른한 살 처녀인 고모는
외딴 방에서 그 소리 귓전으로 들으며
쓸쓸히 피 쏟아가며 죽어
우리 식구들 경황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죽음을 숨길 때도
오늘처럼 세상은 봄이 와서
주검 아래서도 풀잎 돋는 소리
새들 두런거리는 소리 들렸었고
내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며
침묵 속으로 또 빠져들 때
세상엔 더 많은 꽃들이 피어
내 더 쉽게 슬퍼지던 것을
또한 무엇엔가 홀린 듯
경황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