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 따먹기
김경희
어스름 해 질 녘까지
땀 뻘뻘 흘리며 딴 구슬
남자애들 하는 놀이라고
구박하는 엄마 등쌀에
보자기에 싸서
집 앞 고목나무
파인 구멍 속에
꽁꽁 숨겨놨는데
아침에 가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만의 비밀창고 인데..
누구의 소행일까
번지는 불신의 화살이
동생을 향한다
버럭 화를 내며
딱 잡아데는 동생
억울하다며 눈물까지 보인다
의심은 가나 증거가 없는
애매한 사건
`밥먹고 그리 할 짓이 없냐`는
엄마의 판결에 재판은 끝이 났다
땀 흘린 노동의 대가는
줄 터진 목걸이 처럼
알알이 흩어지고
오랫동안 구슬 생각에
볏골이 쑤셨다
출처: 월간 시사문단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