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구슬 따먹기

靑巖 2020. 3. 22. 18:44

구슬 따먹기


김경희



어스름 해 질 녘까지

땀 뻘뻘 흘리며 딴 구슬

남자애들 하는 놀이라고

구박하는 엄마 등쌀에

보자기에 싸서

집 앞 고목나무

파인 구멍 속에

꽁꽁 숨겨놨는데

아침에 가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만의 비밀창고 인데..

누구의 소행일까

번지는 불신의 화살이

동생을 향한다


버럭 화를 내며

딱 잡아데는 동생

억울하다며 눈물까지 보인다


의심은 가나 증거가 없는

애매한 사건

`밥먹고 그리 할 짓이 없냐`는

엄마의 판결에 재판은 끝이 났다


땀 흘린 노동의 대가는

줄 터진 목걸이 처럼

알알이 흩어지고

오랫동안 구슬 생각에

볏골이 쑤셨다


출처: 월간 시사문단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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