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낙타
김정임
호주 케이블비치
이십삼 킬로의 길게 연결된 해안
포말이란 흰 검에 수없이 찍혀진
영겁의 세월을 산 갯바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그리움을 수놓은 모래톱 위에
사막을 점유해 평생을 살아 온 낙타가 줄지어 앉아
커다란 앞니를 좌우 흔들며 쉼 없이 되새김을 하고 있다
사막의 거친 바람과 모래위에
쉼 없이 올라오던 빛의 굴절이
낙타의 눈을 멍들게 하고
바다를 흠모하게 했던가
결국 낙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두 산의 굽은 등에 사람을 태우고
사막이 아닌 출렁이는 바닷가
일출과 해넘어 사이로
끊임없이 세월을 낚으며
단 한번의 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낙타
온 몸에 길러진 갈기까지도
인간의 필요에 내어주고
수평선 너머로 숨겨진 희망을 찾아
기다란 다리로 고고하게 걷는다
2020 봄의 손짓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