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시인의
시 창작 교실
4. 시와 시가 아닌 것 차이
왜, 詩이며 왜, 詩가 아닌가?
아무리 긴 문장도 시로 볼 수 있고, 짧은 단문도 시가 아닐 수 있다.
- 시와 시가 아닌 문장을 구별하는 방법
시를 쓸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시적 기교나 수사법을 통한
시어의 특성 시적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별
시가 되려면 반드시 문장 속에 시가 될 덕목을 갖고 있어야
시의 덕목이란
은유법, 직유법, 대구법, 의인법, 활유법, 점층법, 감탄법…
역설(패러독스): …’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다. 악마를 죽였다’
역설의 여운… (~표현에서 이미 어긋난 상징을 보여주면서 강조하는 것)
반어법(아이러니):-강한 부정은 긍정
TIP
풍요법이란
어떤 개념이나 사실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수사법,
속담이나 격언 따위가 대표적이다
(풍요법은 절대 사용하지 말것)
예로 세옹지마라 했던가, 격세지감이여 등
시는 단어 하나의 싸움이다. 새로운 사유,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묘사를 고민하는게 시가 발전헤 나가는 과정인데
풍요법은 새로운 활자를 찾아가는거와 반대로 새로움을 줄수도 없거니와 습관화 되어 창의적인 작품을 쓸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5. 좋은 시와 아쉬운 시 구별법
-시 쓰기 관점에서
좋은 시란 무엇일까요?
1)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표현한 시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서
- 두편을 본다면 조선일보 당선작(고명재 당선자) : 바이킹
바이킹
고명재
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
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
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
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
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렸다
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렸다
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원래는 저기 저쪽 해 좀 보라고 여유 있는 척
좋아한다고 외치려 했는데
으어어억 하는 사이 귀가 펄럭거리고
너는 미역 같은 머리칼을 얼굴에 감은 채
하늘 위에 뻣뻣하게 걸려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나는 침을 흘리며 쇠 봉을 잡고 울부짖었고
너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을 보면서
무슨 대다라니경 같은 걸 외고 있었다
삐걱대는 뱃머리 양쪽에서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부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갈 때 너는 민들레처럼
머리칼을 펼치며 날아가 버리고
네가 다가올 땐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뒷목을 핥는 손길에 눈을 감았다
교회 십자가가 네 귀에 걸려 찢어지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빨갛게 물들어 일렁거렸다
네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더는 바다가 두렵지 않다고
이 배는 오래됐고 안이 다 삭아버려서
더 타다가는 우리 정말 하늘로 간다고
날아가는 기러기의 등을 보면서
실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눈 밑에서 해가 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
농민신문 당선작(이주송 당선자) : 풀씨창고 쉭쉭
풀씨창고 쉭쉭
이주송
멧돼지 한 마리
그 꺼칠한 털 속에는 웬만한 풀밭이나
산기슭이 들어있다
노루발, 뻐꾹채, 지칭개, 복수초, 현호색, 강아지풀,
질경이, 벌개미취, 금낭화, 산자고, 쇠별꽃
멀리 가고 싶은 풀씨들은 멧돼지 등에 올라타면 된다
제 몸에 눈 녹은 묵은 봄이 가려워
멧돼지는 부르르 온몸을 털어낼 터
씨앗들은 직파방식으로 파종될 것이다
북극의 스피츠베르겐섬에는 국제종자보관창고가 있다
먼 훗날의 구호(救護)를 위해 멧돼지 한 마리
그 쉭쉭거리는 씨앗창고를 기르고 싶다
이 산과 저 산
이쪽 풀밭과 저쪽 풀밭이라는 말
다 멧돼지의 등짝에서 떨어진 말일 것이다
그러니
너나들이로 섞이는 산
번지는 초록들은 멧돼지의 숨결
국경도 혈연도 지연도 없다
멧돼지 꼬리에서 반딧불이 날아오르고
꺼칠한 오해 속에서도
극지에서도 풀씨들이 움튼다
2)제목에 호기심, 흡입력이 있는 시
2019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새로운 생활
조용우
문병을 다녀오는 길에 새 옷을 사기로 한다
벽장 속 셔츠들은 옷깃이 바랬고
오늘은 사야한다 새로운 흰 것을
여름의 아웃렛 비어있는 리넨들은
간소하고 청결한 라이프 스타일을 권하고
너는 이제 그런 생활을 한다
얇은 옷 한 벌과 주머니 두 개로
마당 없는 병원 벤치에 간간이 내리는
미적지근한 볕을 받으며 너는
우리가 함께 좋아했던
좋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운이 좋았다, 좋다
라는 말을 번갈아 고르고
오늘도 너를 찾아오지 않는
우리를 여전히 좋아하는 척하면서
어떤 얼굴은 하얗고
어떤 사람은 점점
창백해져 가는가
하얀 것이 하얀 것을 더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구겨져갔다 나는
새로 산 셔츠를 벽장에 건다
버릴 옷들이 다시 버릴 옷으로 남겨진다
뿌옇게 젖어가는 깃과 깃
땀방울은 매일 차가운 목덜미를
투명히 흘러내리는데
김명희 시인의 시
1-도플러 효과 물리학 용어
상대 속도를 가진 관측자에게 파동의 진동수와 파원(波源)에서 나온 수치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 파
동을 일으키는 물체와 관측자가 가까워질수록 커지고,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1842년에 오스트리아
의 물리학자 도플러가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2-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늘 고시촌 취업준비생의 슬픔
3-수집되지 않는 것들 새벽에 병실에서 장례식장으로 실려가는 흰 천에 덮인 사망자의 시신
**주의할 점: *죽음 // 마지막 길 이런 식으로 제목을 쓴다면 시를 읽기도 전에 다 들켜서 독자나 심사
자의 홍미를 끌 수 없습니다.
3)마지막까지 길을 잃지 않은 시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시)
202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침투
차유오
물속에 잠겨 있을 때는 숨만 생각한다
커다란 바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바닥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는 서서히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을
떠올리고
볼 수 없는 사람의 손바닥을 잡게 된다
물결은 아이의 울음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가지 못한 곳까지 흘러가면서
하얀 파동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고
나는 떠오르는 기포가 되어
물 위로 올라간다
숨을 버리고 나면
가빠지는 호흡이 생겨난다
무거워진 공기는 온몸에 달라붙다가
흩어져버린다
물속은 울어도 들키지 않는 곳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지워준다
계속해서 투명해지는 기억들
이곳에는 내가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물이 있다
버린 숨이 입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김명희 시인의 시집 화석이 된 날들 중에서 130쪽에
일기예보
김명희
수술실에서 방금 옮겨진 젊은 여인 하나
뇌파도 멈춘 지 오래, 남겨진 체온만 비워내고 있다
마흔셋 각질 같은 삶을 살다 길에 쓰러진 채 실려 온 그녀
영원히 쉴 곳은 이제 그녀의 육체 속에서는 없다
기억의 무게 하나까지도 모조리 지우려는 듯
동공 안쪽은 구름 한 점 지나친 적 없이 고요하다
평생 봉제공장에서, 매듭도 없는 사내 하나 만났던가
밀려드는 고지서로부터 한순간도 편하지 못했을
이제는 화석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삶은
오늘 밤 내일 오전쯤이면 산소 호흡기처럼 가볍게 뽑힐 것이다
복도 저쪽, 죽음을 열고 나와 밥 먹으러 가는 의사들 사이로
아직 확정되지 못한 저녁의 소견들이 위태로운 무게로 옮겨지고
그래, 죽음들이란
어느 쪽 통로를 통해 빠져나갈지 알 수 없는 일
가난을 나누던 동료들 몇 비상구 앞에서 뿔뿔이 흩어지고
마흔셋 뇌사 상태의 체온이 중환자실 한켠에서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그녀의 올여름 피서지는 동해안이 되었을 것이고
비가 온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4)관습, 상식에 갇히지 않은 시
슬픔을 상식적 슬픔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슬픔의 간극을 극복한 시
김명희 시인의 시집 [화석이 된 날들] 중에서 22쪽 유배지에서 라는 시는
영월 단종유배지인 청령포에서 쓴 시로 이 시는 단종의 애사를 새롭게 접
근하며 노래한것.
빈 곳 - 부친 사망 신고서를 상징함
김명희
몇 개 뭉툭한 위로와 사무용 슬픔들이 첨부된 후,
그의 이름은 곧바로 삭제되었고
동사무소 직원의 손에서 내게 넘어온 서류는 헐렁하다.
한 사람 몫의 이승이 지워진 서류를 들고서 2月의 거리로 나선다
음력의 추억들은 겨울바람처럼 흔들리기 시작하고
쉽사리 높낮이가 변하는 그래프처럼 온통 혼란스럽다
아버지는 더 이상,
구름을 몰고 다니거나 위급한 근심들을 안겨주지 못할 것이다
주인을 잃은 슬픔들은
기억 한켠에 그늘 한두개쯤 더 장만하게 될 것이고 나는 지금
습관처럼 그의 집에 전화를 건다
순간, 날카로운 모서리에 찔리듯 화들짝 깨어나는 기억
아버지는 없다.
밤마다 위급함을 이끌고 중환자실을 통과하던 사연들과
눈물을 빌리러 그의 머리맡을 찾곤 했던 내 오랜 습관들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
아, 되돌릴 수 없는 먹구름들
오늘 이후 나는, 되돌아 올 것들에 대해선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한다
어떤 후회나 쓸쓸함은 모두 빈 곳이 되었다
세상의 뒷면이 된 아버지는 깊은 산속에 심겨졌고
이승의 휴일엔, 챙겨야 할 방문지가 하나 더 늘었다
이제 내 안의 금요일쯤엔 폭설이 세상을 잠글 것이고, 빈 곳은 한동안
고체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시 쓰기 관점에서 아쉬운 시란 무엇일까요?
1) 제목이 흔하고 식상한 시
사랑의 노래 / 님/ 꽃밭에서/ 이별/ 보고 싶다 / 사랑하는 이에게 / 오, 그대여
2) 빤하고 관습적인 표현을 답습한 시
그리움, 이별, 사랑에 대해
감정을 분수처럼 넘치게 노래한시/ 감정의 남발로 예찬한 시들
더는 곱씹을 여운이 없는 시들
3) 결구에서 배가 산으로 가는 시
-특히 시를 쓴지 얼마 안되었을 때 보이는 특징
용두사미가 되는 시들
4) 연과 행을 지나치게 조각 낸 시
-특히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
단어와 행을 모조리 조각내서 아래로 이어놓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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