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詩

신발론

靑巖 2019. 7. 24. 16:18


신발론(論)


마경덕




2002년8월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

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척의 배. 과적으로 선체가 기울어진.선주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시집속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당 깊은 집  (0) 2019.08.04
세신사  (0) 2019.08.04
거미  (0) 2019.08.04
편지  (0) 2019.07.27
중년엔 가슴에서 꽃이 피어요   (0) 201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