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이근모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
파도만큼 짙다
별을 품으려는 몸짓
파도로 물결치고
유배의 고독을
바닷물에 절여야 했던
정약전 선생
자산어보 책장 넘기는 소리가
해풍에 너울 거린다
바람과 구름과 파도가
모두 한마음으로
그리움을 열렬히
가슴에 심어주는 섬
흑산도를 키운건
고독과 그리움과 외로움 이었다
고독으로 키운 섬
그리움으로 키운 섬
섬사람 가슴을 키워준 해무는
외로운 창가를 달래주었고
별빛은 한 알의 꽃씨로
그들의 가슴을 녹여 주었다
지금은 달빛 환한 보름 밤
천사의 섬,
손에 손을 잡고
우리 뜨겁게 가슴을 열기 위해
우리 뜨거운 가슴 녹이기 위해
오늘 여기 축배의 잔을 든다.
어두웠던 어제를 끌어안은 오늘
두 손 모아 희망을 노래한다
유배가 아닌 유람으로
손바닥 바위에 새겨진
면암의 기봉강산 홍무일월이여
온몸을 사루는 불나비로
나는 외롭지 않노라고
황홀한 향연을 펼쳐
흑산도 아리랑을 부른다
내품에 안기려 오시는 임
온몸을 살라 영접하나니
전사의 날개로 타오르는 사랑이여
뜨겁게 부둥켜안을 가슴이여
비로소 만나는 임이여, 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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