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목련의 겨울나기

靑巖 2019. 12. 24. 16:15

목련의 겨울나기


 

海雲 탁귀진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했다

자목련보다 일찍 피어

일주일을 못 넘기고

꽃잎을 떨구는 네 모습을

많이도 아쉬워했었다

 

꽃 진 자리에

수술만 남기고

꽃없는 푸른 나무들과 벗 하더니

이제 그 푸르던 옷 다 벗고

헐벗은 나목이 되었구나

 

나비의 유충이

허물 벗을 때마다 조금씩 자라

성충이 되고 나비가 되듯

그렇게 부쩍 자라서

어른 나무가 되었구나

 

죽은듯 잎 다 떨구고

맨몸으로 칼바람에 맞서는가 했더니

어느덧 가지 끝에 솜털모자 쓴

새싹을 준비하고 새봄에 부활할

생명의 꿈을 꾸고 있구나

 

이 겨울이 지나고

잠이 깨는 봄날 부활절 아침쯤에

가지마다 달걀 같은 꽃 하나씩

소담스레 달고 나오겠지

새 생명의 희망을 알리는 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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