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겨울나기
海雲 탁귀진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했다
자목련보다 일찍 피어
일주일을 못 넘기고
꽃잎을 떨구는 네 모습을
많이도 아쉬워했었다
꽃 진 자리에
수술만 남기고
꽃없는 푸른 나무들과 벗 하더니
이제 그 푸르던 옷 다 벗고
헐벗은 나목이 되었구나
나비의 유충이
허물 벗을 때마다 조금씩 자라
성충이 되고 나비가 되듯
그렇게 부쩍 자라서
어른 나무가 되었구나
죽은듯 잎 다 떨구고
맨몸으로 칼바람에 맞서는가 했더니
어느덧 가지 끝에 솜털모자 쓴
새싹을 준비하고 새봄에 부활할
생명의 꿈을 꾸고 있구나
이 겨울이 지나고
잠이 깨는 봄날 부활절 아침쯤에
가지마다 달걀 같은 꽃 하나씩
소담스레 달고 나오겠지
새 생명의 희망을 알리는 그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