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불효한 자야
청계 박원철
너 불효한 자야
보고싶은 간절함으로 부르는 네 이름에
처다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너야
잠꼬대로도 멈추지않는
애뜻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 번만이라도
이 어미를 처다볼 수는 없느냐
한 마디하면 어느새 말을 끊고 일어서는
버르장머리라곤
대머리 꼭대기에 잔털 만큼도 없는 너야
밤새 통화하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연인의 코고는 소리에 감격하는
속창빠진 철부지 마음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이 어미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수는 없느냐
네가 현관에 들어 서면
오랜 기다림이 끝났음을 자축하여
너를 껴안는 어미의 포옹을
옷깃닿기 무섭게 떠밀고 들어 가는
이 멋대가리라고는
말라 삐뚫어진 명태 대가리보다 없는 무정한 너야
달려가 끌어 안고 나뒹굴어도 시원치않아
끝없이 여인을 탐하는 애타는 마음의 반 만으로라도
이 어미를 끌어 안아 줄 수는 없느냐
내 마음에 담고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남자를 아비로 둔
너 괘씸하기 그지없는 자야
너는 내 몸에서 나온 것 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든다 정말
내가 너를 열 달 동안 태에 품었다가 내 보낼 때
얼마나 아팠는 지 아느냐
얼마나 허전했는 지 아느냐
그런데 너는 열 달은 커녕 단 한 순간도
이 어미를 품을 수 없단 말이냐
나는 지금 너무 아프다
해산의 고통으로 악을 쓰던 그날보다 더
너에게 소리를 지르고
머리 채 잡아당겨 흔들어 패주고 싶다
이 천하에 불효막심한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