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문단

너 불효한 자야

靑巖 2019. 12. 24. 16:23

너 불효한 자야

 

 

청계 박원철

 

 

너 불효한 자야

보고싶은 간절함으로 부르는 네 이름에

처다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너야

 

잠꼬대로도 멈추지않는

애뜻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 번만이라도

이 어미를 처다볼 수는 없느냐

 

한 마디하면 어느새 말을 끊고 일어서는

버르장머리라곤

대머리 꼭대기에 잔털 만큼도 없는 너야

 

밤새 통화하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연인의 코고는 소리에 감격하는

속창빠진 철부지 마음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이 어미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수는 없느냐

 

네가 현관에 들어 서면

오랜 기다림이 끝났음을 자축하여

너를 껴안는 어미의 포옹을

옷깃닿기 무섭게 떠밀고 들어 가는

이 멋대가리라고는

말라 삐뚫어진 명태 대가리보다 없는 무정한 너야

 

달려가 끌어 안고 나뒹굴어도 시원치않아

끝없이 여인을 탐하는 애타는 마음의 반 만으로라도

이 어미를 끌어 안아 줄 수는 없느냐

 

내 마음에 담고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남자를 아비로 둔

너 괘씸하기 그지없는 자야

 

너는 내 몸에서 나온 것 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든다 정말

 

내가 너를 열 달 동안 태에 품었다가 내 보낼 때

얼마나 아팠는 지 아느냐

얼마나 허전했는 지 아느냐

그런데 너는 열 달은 커녕 단 한 순간도

이 어미를 품을 수 없단 말이냐

 

나는 지금 너무 아프다

해산의 고통으로 악을 쓰던 그날보다 더

너에게 소리를 지르고

머리 채 잡아당겨 흔들어 패주고 싶다

 

이 천하에 불효막심한 놈아

'시사문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후  (0) 2019.12.24
선물  (0) 2019.12.24
목련의 겨울나기  (0) 2019.12.24
마음속 인생길  (0) 2019.12.24
푸른밤  (0) 201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