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詩

하루살이

靑巖 2020. 1. 14. 16:51

하루살이


나현수



길게는 3년의 시간

적층의 어둠 속에서 하루살이는 꿈을 꾼다

외로움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만나는 꿈

이를 위해 스무 번이 넘는 허물을 벗으며

희망의 고통을 감내하는 숙연의 마음


그렇게 하루살이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먹는 것도 잊은 채 빛을 향해 날아간다

천 일을 밝히는 달빛 아래 그들이 만나

처음 인사하는 영혼의 춤사위

그 춤은 일생에 단 한번 뿐인 생명의 춤


하루살이가 불빛에 이끄려 방안으로 들어온다

그 춤을 마주하기엔 너무 눈이 부셔

전등의 전원을 살며시 내리었다


이제 나에게도 적층의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은 나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말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허물이 거듭 벗겨지면

나 또한 언젠가 그들처럼 춤 출 수 있기를

숙연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는 것이다



<나현수 시인님의 blog에서>

전남 장성고 교사, 시인(2017년등단), 예술인 등록(2018)

교원대 현대시 석사, 유튜브(시인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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